박재범 - 좋아 (JOAH, 2013)

2013. 6. 20. 23:59영상_연예

 

 

박재범 - 좋아 (JOAH, 2013)

 

 

좋아 니 모든 것이 좋아 머리부터 발끝까지도

 

하나님이 지으신 그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1:31)

  

박재범의 <좋아>는 대중음악 장르 제작시의 전통적인 은유법으로써, 인간(이성)을 포함한 '세계'라는 실재를, 단지 '이성'의 범주로만 축소, 치환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본 음악은 인간이 상식적인 차원에서 '세계'를 긍정하려 노력하는 정도의 수준이 아닌, '세계'를 지극히 완전하고 충분하게 긍정하고, 또한 그 긍정을 무한대에 가깝게 끌어올려 지속시키는, 이른바 '무한 긍정'의 세계관으로부터 파생된 결과물이다. 본 음악 전체에서 몽환적으로, 또는 영적인(holy) 느낌으로 흘러가는 백그라운드 멜로디는 바로 이러한 '세계에 대한 긍정'을 영속시키기 위한 주요 장치로서 효과적으로 기능하여, 어디까지나 긍정만을 하도록, 즉 오로지 "좋아 모든 것이 좋아"라고 본능적으로 좇아가도록 한다. 본 음악은 '이성'을 포함한 '세계'에 대하여 '나'를 무제한으로 개방한다.

 

태초에 하나님은 남자(아담)와 여자(하와)를 포함한(창 1:27) 우주 만물을 창조하시고 이 세계가 "좋아 모든 것이 좋았"다고 말씀하셨다(창 1:31). 그래서 태초의 순간에는 본 음악처럼 이성에 대한 '무한 긍정'이 가능했다. 박재범이 부르는 이성에 대한 고백처럼, 태초의 아담은 이성인 하와의 탄생을 극찬하면서 하와를 무한 긍정할 수 있었다(창 1:23). 그러나 지금은 상식적으로도, 확연히, '이성을 비롯하여'(?!) 세계의 "모든 것이 다 좋지는 않다". 아담의 범죄는 뱀의 유혹을 실어나른 '이성' 하와의 유혹 때문이었다. 창조 이후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의 죄로 말미암아 하나님과의 온전한 관계는 단절되었다. 세계는 타락했고, 이러한 타락의 상태는 -다분히 현실적으로는-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21세기 초두에 대중 앞에 등장한 조엘 오스틴은 인간이 죄로 인하여 타락했음을 은근히 무시한다. 그에게는 정통적인 죄론이 희미하다. 그는 일련의 저서 <긍정의 힘>(2004), <잘되는 나>(2007)에서 인간 실존을 노골적으로 '무한 긍정'하며, 현 세계 내에서의 인간의 능력을 찬미한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현 세계의 모든 것은 죄가 없고 타락하지 않았으므로 그저 망설임 없이 무한하게 인정되는 것이 옳은 것으로 귀결된다. 특히, 세상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인 건강, 부, 명예 등에 그리스도인 역시 궁극적인 목적을 두고 참여해야 한다. 인격적이고 초월적인 '하나님'의 존재는, 인간 스스로의 능력에 의한 세계 내 성공을 위하여 사용되는 일종의 '에너지'와 같은 것으로 격하된다. 오스틴이 주장하는 '긍정의 힘'이란, '포스'(Force)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5 - 제국의 역습>(Star Wars Episode V: The Empire Strikes Back, 1980)에서 제다이 요다가 루크 스카이워커에게 가르치는 ‘포스’란, 구원을 비롯한 모든 '극복'에 대한 인간 스스로의 자신감 회복, 즉 '긍정의 힘'이다[Cf. MBC 예능 <무한도전>(2006-)에서의 긍정의 세계관]. 이것이 현 타락한 세계에 대중적으로 도래한 알미니안주의 또는 펠라기우스주의의 경향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반대로 현 세계를 '무한 부정'하는 것도 옳지 않다. 세계를 무한 부정한다면 그것은 분리주의, 배타주의, 수도원주의, 영지주의적 이원론이라는 비현실적 모순에 빠진다.

 

그래서 현 창조 세계란 긍정과 부정이 뒤섞여있는 영역으로 인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리처드 니버가 제시하는 그리스도-문화 관계의 5번째 유형에 의하면, 문화(세계) 변혁(전환)론자들은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타락 이후에도 긍정하여, 현 세계의 존재 자체가 타락하여 악하게 된 것이 아니라 단지 그 방향이 왜곡되었다고 이해함으로써, 부정의 현 세계에 대하여 '구속자 그리스도'라는 긍정에 의한 전환(변혁)을 이루는 삶이 곧 그리스도인로서의 바람직한 삶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니버가 변혁을 위하여 단순히 그리스도와 문화간의 전제된 대립에서 출발함으로서 피상적인 이해를 불러일으켰다면, 카이퍼는 칼빈의 일반은총론을 발전시켜 국가, 교회, 가정, 학교, 예술 등 삶의 여러 영역들은 독립된 주권을 가진다는 영역주권론으로 더욱 성경적인 세계관을 제시하였다. 그는 "세계의 모든 영역이 그리스도의 주권 아래 있다"는 강성 발언을 통해 구원의 특별은혜가 미치지 않는 부정의 세계일지라도 그리스도인이 그 세계 자체로서 그대로 긍정하여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데에 기여했다.

 

한편, 칼 바르트는 이렇게 창조 세계를 긍정과 부정이 섞인 상태로의 인식마저도 반대했다. 이미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하나님과 모든 인간 및 세계와의 객관적인 화해를 전부 이루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더 이상 인간의 죄에 대하여 하나님의 심판을 언급해서는 안 된다. 바르트에게 있어서 현 세계는 하나님의 무한한 '긍정'(yes)의 빛 속에 있기에 인간은 이 속에서 무한한 기쁨과 감사만 누릴 뿐이다. 물론 바르트의 만인화해론은 일반적인 '화해'와 특별한 '구원'을 구분하여 서로 다른 개념으로 보고 있기는 하지만, 현 세계의 여전한 타락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논쟁적이며, 그래서 이의 해결은 21세기 세계신학에 던져진 거대한 신학적 과제다. 물론,'긍정의 힘'은 -신학적 오류에는 빠지지 않는다는 긍정적인 의미에서- 그야말로 세계에 긍정적으로 기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 내 인간은 과연 어느 정도까지 긍정해야 하며, 또한 무엇을 긍정해야 하는가? 박재범의 현대 대중음악 <좋아>는 오스틴의 번영신학 또는 바르트의 만인화해론과 관점에 따라 일부 다르면서도 일부 비슷한 '무한 긍정'의 세계관을 서로 공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좋아>는 일견 한 여성에 대한 노골적이고도 순수한 구애로만 여겨지는 발언 이면에, 현 창조 세계에 대한 종교-신학적인 다각적인 통찰을 도우면서 현존한다.

 

2013.06.20 예촌

 

참조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 5 - 제국의 역습 (Star Wars Episode V: The Empire Strikes Back, 1980)

 

참조문헌

 

김명용, [ 칼 바르트의 신학 ] (서울: 이레서원, 2007) 191, 215, 230, 244.

신국원, [ 신국원의 문화 이야기 ] (서울: IVP, 2002), 125-126, 156.

Geoffrey Nowell-Smith, [ 옥스퍼드 세계 영화사 ] 이순호 외 역 (경기: 열린책들, 2005), 616. 

Richard Niebuhr, [ 그리스도와 문화 ] 홍병룡 역 (서울: IVP, 2007), 316. 

Michael S. Horton, [ 그리스도 없는 기독교 ] 김성웅 역 (서울: 부흥과개혁사, 2009), 93-136.

 

매일같이 있게 해달라고 난 기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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