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_The Host_2006 _비평

2006. 7. 2. 20:00영화



Minimalism+Abstract Expressionism=new Avant-Garde?



so creative, very characteristic

a strange maid with exquisite uniform

괴물 the host 2006
하수구 공간의 미소녀 구하기 

한강에 괴물이 출현했다는 가장 극단적이고 위험한 사회 현상이 나타나면서 사회 각 세력단체가 감추고 있었던 다양한 유형의 부조리와 비리가 하나둘씩 그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특히 미디어의 편향적인 시각에 의한 실제 사실의 왜곡과 부풀림, 바이러스의 존재에 대한 확실한 규명 없이 괴물의 뭔가 세균이 득시글득시글 있을것만 같은 징그러운 이미지에 착각을 일으켜, 통례적으로 전개되는 듯한 대규모의 방역작업, 그렇게 선정된 방역단체간의 이권 뒷거래, 그것에 확대되어 미국 방역 시스템의 국내개입과 국내 환경 보호단체와의 힘겨루기, 과거 사스의 집단적 공포를 연상하게 하는듯한 시민의 맹목적인 군중심리, 바이러스의 존재를 가장하여 신의 약품을 개발하려는 병원의 상업적 이윤추구 등의 현대 도시 자본주의 사회의 각개 요소가 서서히 곪아가는 병리 현상들이 '괴물'이라는 일종의 종양으로서 갑자기 압축되어 불거져 드러나게 되어버렸다. 이것과 함께 여러번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 미디어의 일방적인 폭력과 지배에 의하여 일개인이 주장하는 의견이 철저히 묵살되고, 다수 또는 권력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제재되거나 진실이 은폐 조작되어가는 사회현상이 강두(송강호)가 생존자를 주장하는 신과 신체 검역신에서 주로 등장하고 있는데, 엄밀하게는 이러한 미디어의 작용, 사회 비판과 풍자가 영화의 전체 흐름에 결정적인 역할이나 모티프로서 구실하지는 않고 있다. 순간순간 영화의 갈피갈피에 끼워넣어져, 괴물이 주구장창 뛰어다니는 단순무식한 액션영화를 보는데 있어서 짤막짤막하게 생각을 요하게 하는 양념으로서 기능하고 있는 수준에서 더이상 뻗어나가고 있지는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자질구레한 것들은 자질구레하게 흩뿌려 놓아야 괴물이 한강을 휘젓고 다니는 그 수많은 시각적인 존재감과 액션 이미지 만으로 1차적으로 강렬하게 전달되어야 할 수질,대기오염과 같은 자연환경 오염에 대한 공포와 상업자본주의 사회의 경각심을 가장 즉물적이고 직관적으로 형상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영화는 가족구성원 좀더 포괄적으로 확대한다면 팀 구성원간 단합된 상태, 탄탄한 팀웍으로 향할때의 필요한 일종의 어떤 구심점의 중요성에 관한 이야기로, 구심점이 사라지거나 혹은 나타나는, 구심점의 유무와 강약에 따라 그 팀 구성원의 정신적 사기와 조직력, 그에 따르는 행동반응이 극명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실험하고 있는 영화이다. 그다지 특출나지 않은 인물로서의 소매점 점원, 운동권 출신 불량 백수건달, 전국체전 양궁선수의 캐릭터는 대단히 창조적이고 독특하고 만화적이며 한국적인 소시민형 캐릭터로서 다듬어져 있는 동시에, 그 확연하게 튀는 대비적인 개성으로 말미암아 팀 전체의 어떤 조화를 맞추어내는 데는 실패하고 있는데, 할리우드 영화 <반지의 제왕>의 반지원정대의 팀 분위기가 보여주는 깨끗하고 일정한 이미지의 톤을 일부러 거부하고, 어딘가 모르게 상당히 언밸런스한 키치적인 조합과 인물의 성격으로서 구성원간 의사소통의 불일치와 화합의 어려움을 표출하면서도, 여기에 13세 여중딩 미소녀의 캐릭터를 하나의 구심점으로 끼워넣음으로서 상당히 재미있고 창조적인 실험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막내딸 현서(고아성)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과 다시 전화를 걸어오게 되는 상황, 현서가 가두어진 위치를 알아내게 되는 상황, 현서가 최종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되는 상황에서, 현서를 구출하려는 팀 구성원간의 순간순간의 심리적 반응과 행동 패턴은 영화 <라이언 일병구하기>와 같은 기존의 전투영화의 일개분대가 라이언 일병을 구하러 적과 싸우면서 서서히 변화하는 그것과는 사뭇 다른데, 영화 괴물의 가족 팀원들은 어느순간 해체했다가 다시 집합하는 이합집산의 행동과정을 여러차례 반복하고, 또한 그 반복되는 변화의 양태가 상대적으로 상당히 극단적이고 다이나믹하다는 것이다.

연약하고 겁많은 이미지로서의 미소녀가 식인 괴물에게 납치되어 하수구 공간에 감금된다는 상황은, 남성에게 있어서 그 치명적인 위기 상황의 불쌍한 미소녀에 대한 대단히 폭발적인 심리적 보호본능을 작동하게 하는 것으로, 어둡고 그로테스크하며 매우 깊고 더티한 하수구 공간안에 홀로 버려진, 감금당한, 며칠을 쫄쫄 굶고 온갖 검은 때로 더럽혀진 교복을 그대로 입고 견디고 있어야 하는 그 애처로운 모습은, 매우 낯설고 혐오스러운 하수구 공간을 배경으로 한 소녀의 교복을 인식하면서 화창했던 과거 현실상의 오전 풍경에서의 깨끗한 교복으로부터의 인식적 쾌락을 회상할 때- 물론 일반적인 구출과 보호의 로리즘적 욕구와 함께 여학생 교복이라는 순수의 표상이 더럽혀져 있음을 은연중에 즐기는, 일종의 새디즘적 이상 성욕을 동시에 만족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그 깊고 어두컴컴한 하수구공간에 교복을 입고있는 귀엽고 이쁘장한 여학생 한명만 달랑 던져놓고 야금야금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내도, 그 설정의 독창성과 새로움으로, 관객의 시각적 집중력을 거의 무한대로 유지시킬수가 있는 것으로, 그만큼 돈을 무한정 쏟아부어 촬영 세트를 만들어낼수 있어 배경에 대한 감각과 집중력이 약간 둔한 할리우드 영화가 놓치기 쉬운 한국형 블록버스터 특유의, 어렵게 돈들여 한번 설치해놓은 배경공간에 대한 철저한 은유적 해석과 설정의 창의력이 빛나는 대단히 경이로운 부분이라 하지 않을수 없다. 하수구 공간은 극단적인 세장함에 의한 심도와 미려함, 희미하고 아스라한 푸른빛의 유입으로, 그 공간적 깊이감의 건축적 매력을 끊임없이 뿜어내고 있으며, 야트막하게 자그마한 원 하나를 직육면체 안에 그려넣음으로서, 몬드리안의 추상미술과 같은 미니멀한 구성미를 획득한 상태이면서도, 이 장소가 괴물이 잠을 취하는 거주의 용도로서 뿐만 아니라 먹이를 저장하는 음식 저장소와 찌꺼기인 뼈를 뱉어내는 쓰레기통의 역할로서, 실로 다목적인 용도로서 기능하는 이 신종 동물의 독창적인 주거공간을 소개함과 동시에, 온갖 버려진, 토해진, 저급하고 더러운 부패와 사멸의 오브제를 뿌려놓고, 칙칙하고 어두운 색감과 패턴으로 큐빅공간을 추상표현주의적으로 액션 페인팅함으로서, 품위있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지상세계 고급예술 문화와 반발하는 한쪽 극성에 서서, 가장 극단적이고 저질스러운, 3류도 아닌 4류 저급쓰레기 문화로서의 새로운 전위예술 미학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후반부에 와서는 현서의 부활에 의한 해피엔딩을 거부하고 또다시 그녀의 이미지를 비틀어 뱉어놓는 기교를 부리는데, 결과론적으로 현서가 내던져진 그후 또다시 하수구에 버려졌다 살아남은 남자 꼬마를 끝까지 보살피다가, 절체절명의 순간 소년을 감싸안아 보호함으로서 소년을 살려내고 대신 희생하는 것은 연약한 미소녀 이미지에서 사뭇 발전하여, 생존능력을 가진 성숙한 여성에 강인한 모성의 이미지를 덧씌우겠다는 의도로서 그 이미지가 대단히 강렬하거나 당위적이지는 못하였으나, 어찌되었든 현서의 최종적 사망으로 인한 팀의 구심점, 목표점의 완전한 상실이 가족의 심리적 정신적 상태를 더욱 걷잡을수 없는 혼란의 지경까지 도달하게 만들수 있는 연출자의 실험의 방법으로서는-관객에게는 너무도 아쉬웠겠지만-그 설정이 더욱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한 두명씩 죽어나가는 에이리언 시리즈의 전통적인 공식을 따라가면서도, 봉준호 감독 특유의 슬로우, 퀵 런닝 씬이 여전히 이 영화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으며 마치 <터미네이터 2>를 연상케하는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괴물의 최후 모습과 팀 캐릭터의 협력적인 플레이에 의한 괴물 처형의 라스트신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연출자는 에이리언 시리즈를 철저히 벤치마킹하면서도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드라마 요소를 상당부분 빌어와 쓰고 있는데, 탈출한 이 팀에게 내려진 전국 수배 상황, 현서의 위치정보를 알아내기 위한 대기업빌딩 사무실 액션신, <터미네이터>의 카일리스나 사라코너처럼 강두의 주장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상황, 강두가 간호사를 주사기로 위협하여 인질로 삼은후 탈출하는 장면 등 하나의 고전이 되어버린 액션신을 재해석하여 유머러스하게 재창출하려는 시도가 보인다. 괴물이 대교를 유연하게 넘나들고 고수부지 위로 성큼 올라와서 대규모의 난장판을 벌이는 영화 속의 무수한 액션씬은 그 어느것 하나도 빠짐없이 심장을 도려낼 정도로 대단히 전율적이며 경이롭고, 이렇게 텍스트화된 표현방법으로서는 도저히 설명하거나 묘사할수 없는, 절대적으로 상상을 불허하는, 마치 실제로 있을 법 하여 뛰어다니는 듯한 신선한 장면으로만 채워져 있으며, 물고기 형상에서 파생된 괴물의 캐릭터는 H.R.GIGER의 에이리언 괴물과는 미묘하고 색다르게 대비되는, 매우 기이하고 미려한 외관과 독특한 육식동물적 성향으로, 기존에 경험해왔던 그 어떤 괴수보다도 낯설고 기이하다. 거장巨匠,a great artist란, 헛점이 전혀 없는 완벽함을 반드시 보여주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입장에서 볼 때, 우리는 이렇게 해서 또 한명의 거장을 목도하게 되는 영광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우선 이 영화는 기획단계에서부터 할리우드 괴수영화, 아니 까놓고 말해서 에이리언과는 분명히 무언가는 달라야 한다는 전제하에 출발하는 것으로 영화의 모든 요소가 어떻게 하면 다르게 보일수 있을까 하는 것에 포인트가 맞추어져 있는데 기존 영화의 공식을 따르고 있으면서도 대단히 낯설고 생경한, 진정으로 독창적이고 새로운 것들로만 채워져 있다고 봅니다. 상업영화라고 하면 당연히 일반관객을 끌어들이는 것이 목적이겠지요. 그런 점에서 연출자는 한국적인 정서나 유형으로서 모험적인 도전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특히 영화 곳곳에 나타나는 사회비판, 풍자, 블랙유머들이 서로 관계하지 못하고 곁가지처럼 흩뿌려 있고 또 너무 노골적이고 직설적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이것이 너무 확연해서 편집과정에서 절대로 모를 리가 없다는 것이며 일부러 그렇게 벌려놓았다고 생각이 되요. 그럴 경우 일반적으로 할리우드의 은근한 함의에 길들여진 관객 입장에서는 사실 어이없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데 이것이 오히려 상당히 낯설고 생경스럽게 영화의 톤을 조장하며 역시 캐릭터들 또한 그런 특유의 낯설음으로 그 이미지들이 독특하게 각인되게 됩니다. 에이리언의 괴물이 절대적인 공포로서의 무자비함만을 보여주었다면 한강의 괴물은 "내가 여기서 노는건 내 맘이다"식의, 귀엽고 코믹한 데가 많죠, 총 한방 맞고 픽 쓰러지질 않나 후다닥 도망을 가질 않나 숨을 쉬며 잠을 자질 않나 이 괴물의 모습 또한 대단히 생경스럽고 낯설어요. 결국 이 영화 전체 어느 한 구석도 어디서 본적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없다는 것입니다. 마치 3류 잡지를 그대로 옮겨 적당히 벌려 놓은 것 같은데 뭔가 새롭게만 느껴지는 펄프픽션처럼 이 영화도 완전히 다른 물에서 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도 그 미증유의 낯설음으로 영화사의 획을 긋고 있습니다. 연출자가 작가주의적인 사상으로 대중적인 즐거움을 제공하는 새로운 느낌의 상품을 내놓은 것이기 때문에 일반관객이 호응하느냐 하지 못하느냐 하는 문제는 대단히 애매한 문제가 되겠지요. 다만 칸에서 극단적인 찬사를 받은것은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 영화의 모든 것들이 낯설고 새로울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외국인은 절대로 이런 영화를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죠. 성향이나 습관 자체가 이미 너무 정형적인 틀에 묶여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이 영화는 과거 SF괴수 영화를 비롯한 액션 스릴러영화와 과거, 현재, 미래를 꿰뚫는 시대성과 사회, 문화를 꿰뚫어 분해하고 재해석하여 재조립하지 않는다면 절대로 나올수 없는 작품이며 앞으로도 끊임없이 다의적으로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는 걸작입니다

봉감독이 일단 에이리언 영화와 어떻게든 다르게 보이기 위해서 실로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모험을 걸었던 부분이 한 두 부분이 아니고 할리우드 영화처럼 편하게 진지한 액션신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코미디적인 요소까지 가미시키려고 하는 바람에 아마 진지함과 유머스러움의 전체적인 톤 조절에 상당한 어려움을 가졌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역시 다양한 요소들을 한꺼번에 다 넣으려는 바람에 뭔가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듯한 느낌 잘 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느낌이 분명히 많아 보이는데 그만큼 일종의 실험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했고 그 실험성 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평가받을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영화 외적으로 바라보면 한국이 이런 SF액션 블록버스터를 훌륭하게 만들어 낼 리가 없다라고 하는 근거없는 선입견과 칸 영화제등 일련의 대대적인 홍보, 그런 과정이 전형적인 상업주의일 것이다라는 막연한 의심이 사전에 이미 일부 대중에게 굳어져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으며, 영화 관람후에도 그러한 신념을 가지기가 쉬웠고 그저 뭔가 다른, 어느정도 재미를 주는 평범한 한국산 괴물영화 정도로 느꼈을 수 있겠지만 이러한 감흥도 이제껏 한번도 한국인이 이러한 영화를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종의 관성 본능과 같은 것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영화는 2시간의 분량 동안 적당한 타성이나 게으름을 부리지 않고 철저하게 독창적이고 새로운 것들로만 너무 채워놓아서 그만큼 대중들이 어딘가에 기대어 바라볼만한 여지를 잘 마련해주지 못할 정도로 너무 앞서 나가있고 혁명적입니다. 이렇게 닫혀 있는 구조가 아닌 미래로 열려있는 이 영화의 독특한 구조와 지향성을 바라보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이 영화는 더욱 그 진가를 발휘하면서 본 존재의 부가가치를 만들어낼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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