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자전, 2010 _단평

2007. 11. 6. 23:59영화

원작을 방자하게 비틀


'당연히', '이몽룡스러운' 김주혁과 '방자스러운' 류승범이 노골적으로 뒤바뀌었다. 이 영화는 원작에서의 이몽룡, 춘향, 방자, 향단, 네 주요 인물(물론, 변학도까지도)에 대한 기존의 고정된 인식을 전복시키고, 이들에게 얼키고 설킨 애증의 관계를 맺어 놓고 이에 따르는 영상적 결과를 실험하려 했다. 연출자는 이미 매우 잘 알려진 '원작'을 일단은 허물어 깨뜨려야만 한다는 강박 심리에 의하여, 각개의 에피소드에서 단조롭고 기계적인 패러디를 어설프게 남발함으로서, <방자전>이라는 작품 자체가 전체의 새 내러티브를 온전하고 합리적으로 통합.수렴해내지 못하였고, 이에 따라 바로 이 작품 자신만의, 고유의, 창조적인 특색을 이룩하지 못하였다. 무엇보다도 '천민' 방자에 의한 조선 시대의 신분 계급 체제에 대한 '반항'이 미약하고 피상적이다. 결국 영화는 원전<춘향전>에 대한, 진정한 '전복적 쿠데타'에 사실상 실패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추구했던 기존 캐릭터에 대한 일련의 전복 행위는 한국에서 원전이 지닌 문화 역사적 부동성이 워낙 초-강력한 관계로, 그러한 전복 행위 자체의 시도만으로도 꽤 신선하고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2010.09.06._예촌


예수의 마지막 유혹 The Last Temptation of Christ, 1988 신성모독 논쟁의 첨예한 대상이 되었던, 가톨릭 신자 마틴 스콜세지의 최대 문제작. 공히 원전(성경과 춘향전) 속 인물들에 대한 자의적인 비틀기가 시도되었다. 영화의 예수와 가롯 유다간의 '욕망'에 대한 타협과 갈등관계, 그리고 방자와 이몽룡간의 '욕망'에 대한 타협과 갈등관계는 맥락적으로 상당히 닮아 있다. 강력한 권력의 원전을 파괴하는 데서 오는 가학적 쾌감과 함께, 한 편으로 떠오르는 상실감 또는 허무감이라는 속성들을 공유하고 있다
춘향뎐 Chunhyang, 2000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고전소설<춘향전> 또는 판소리<춘향가>에 대한 가장 적절하고 완벽에 가까운 시각 영상화. 그러나, 이 정도 수준의 영상 미학은 일반적인 상상력에 의존하여 한국의 남녀노소가 이미 대중적으로 간직하고 있는 상태라고 생각된다. 본인은 이 영화가 그 특유의 공간 연출이 뛰어나 보이긴 하지만, 일단 하나의 '객관적인 기록영화'의 가치로서 의미를 둔다. 어떻게 보면 '임권택''한국적인''장인' 이런 어휘로부터 전반적으로 다소간의 고평가가 은닉되어 있다고 본다. 

원작과 달리, <방자전>에서 여성인 춘향은 실존적 주체로서 스스로, 성적 욕망으로서의 대상인 남성을 적극적으로 선택한다. 이는 자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것이 본 현대풍 사극 영화가 교묘히 드러내고 있는, '남녀유별'이라는 '전근대성'의 결정적인 파괴로 볼 수 있다. 춘향이 드러내는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그럭저럭 무난한 표현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이렇게 이몽룡과 방자를 서로 뒤바꾸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외모가 출중한 남녀(이몽룡과 춘향)가 대중적으로 모든 영광을 독식할 때, 그들을 빛내기 위해 또 다른 남녀(방자와 향단)가 보조적으로 존재한다는, 기존 원작<춘향전>의 외모 차별주의적 사상만큼은 여전히 뒤집어 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결정적인 한계이다. 즉 <방자전>의 방자는 신분 계급만 낮아지고 무식해 보일 뿐, 원작의 이몽룡과 확연하게 다를 바 없는 남성적 외모의 매력을 고스란히 갖추고 있어, 아무리 일 잘하는 하인으로서의 터프한 힘(체력)이 추가적으로 부각되었다 하더라도, 방자(변신한 이몽룡)라는 남성의 객관적인 외모가, 여전히 1차적으로 춘향의 마음을 사로잡게 했던 것으로 보여진다는 것이다. 즉, 비틀기는 했는데 확실히 꺾지 못하고 어설프게 비틀었다.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The Scandal, 2003 (추천) 은밀하고 농밀한 성性. 전반적인 유사성.  

음란서생 Forbidden Quest, 2006 김대우의 전작 사극. 다채로운 색감과 조명, 대사, 그리고 3류 서생의 등장을 서로 비교해 볼 수 있다. 전반적인 색감은 이 영화가 더 나았다. 연출자 특유의, 풍자적 캐릭터 중심으로 전개시키는 느슨한 속도의 내러티브 스타일에 주목하라. 그의 작가적 베이스로서 앞으로 계속하여 가져갈 의도임을 이번의 두번째 작품을 통하여 확연하게 드러내었다.    
쌍화점, 2008 노출에 대한 위험부담을 안고 있는 여배우의 용기를, 감독이 너무 보호를 해주지 못하고 말았다.
미인도, 2008 한국화 특유의 느림과 여운이 제거되어 버린, 대단히 성급하고 불성실한 영화이며, 거장 화가 신윤복을 밑도 끝도 없이 너무 천박한 '성전환 에로 배우' 로 둔갑시켰다.

#1
'청순글래머'로 은근히 알려져 있던 배우 조여정, <방자전>의 '춘향'이라는 영리한 전략으로 기존 자신의 한국적 고전미와 풍만한 육체미를 한껏 과시하는 것으로, 그녀의 존재 가치를 꽤 긍정적이고 효율적으로 격상시켰다. 감독은 <음란서생>의 김민정 이후, 여배우를 배우답게, 아름답게, 세심하게 보호하는데 성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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