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Haeundae, 2009 _단평

2007. 10. 5. 23:59영화

한국적 풍광에 대한 할리우드적 손괴

각개의 인물과 에피소드를 다루는 씬들 서로의 관계는 거의 대부분 독립화, 파편화되어 있으며, 이렇게 전개되고 발생된 소시민들의 일상적 갈등 및 내러티브를 후반에 봉합하는 방식 역시 매우 신파적이고 어설프다. 다만, 본 영화는 오래 전부터 미국에서 건너와 너무 익숙해져 버린, 예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재난 스펙타클'이라는 일종의 '위력'을, 부산적인 일상의 풍광과 한국적인 군중 및 개체들에 물리적으로 가격하여 접합시켰을 경우 발생되는 결과물, 즉 '생전 처음 보는 데서 오는, 이질적이고 색다른 대규모 장면'을 대중에게 선보인다. 이렇게 한국 대중에게 '첫 시각적 경험'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본 영화는 장르 역사적으로 그 영화적 가치가 격상된다. 2010.10.05._예촌


죠스 Jaws, 1975 해변에서 도망가기.
어비스 The Abyss, 1989
 쓰나미.
스피드 2 Speed 2: Cruise Control, 1997 유조선 대충돌 스펙타클.
딥 임팩트 Deep Impact, 1998 쓰나미.
매그놀리아 Magnolia, 1999 각개적인 에피소드들을 매혹적으로 직조하여 통합하는 기술. 그러나 당연히, 영화<해운대>와의 막연한 비교는 거의 불가하다.
퍼펙트 스톰 Perfect Storm, 2000 태풍. 한스울릭의 물 CG.
색즉시공 Sex Is Zero, 2002 하지원. 윤제균 감독의 작가적 지향.
투모로우 The Day After Tomorrow, 2004 쓰나미. 한스울릭의 물 CG.
1번가의 기적 Miracle on 1st Street, 2006 하지원. 윤제균 감독의 작가적 지향.

#1
카메라의 시선과 따스한 황색조는 부산 특유의 지역색을 매우 적절하게 담아낸다. 즉, '대한민국'이라는 하나의 세계 안에 속하여 있으면서도, '부산'이라는 또 다른 이국적인 세계를 영화 매체를 통해 경험하게 한다. 마치 부산의 알싸한 바닷 바람을 피부로 느끼는 듯한, 촉각적인 체험에까지도 닿아 있다. 이렇게 영화 전반에 걸쳐 두루 표현되어 있는 공감각적인 느낌, 자신이 부산지역 문화 풍토를 잘 꿰고 있음을 한껏 활용하고 있는 연출자의 감각은 충분히 존중된다. 이런 긍정적인 특징까지 지나치게 간과되어서는 좋지 않다.

#2

"대호가 나오던데..." 이러한 일종의 부가적 영상도 '부산 연고지의 프로야구단 롯데'라는 지역색을 매우 강조한다. 이러한 대중 친화적이고 팬 서비스적인 연출 태도는 매우 가볍고 노골적이다. 이는 물론, 본 영화를 B급 코미디 장르적으로 즐기는 맛이기도 하다. 

#3
할리우드식 스펙타클을 특유의 윤제균식 슬랩스틱 코미디로 변용한 꽤 재미있는 씬이다.

#4
일단 뭔가 괜시리 눈에 더 확연히 들어오는 듯한 '한글'이, 본 씬의 은밀한 장점으로 기능한다. 즉, '한국적인 홍수 재난 상황' 이라는 것이 분명하게 강조되는 것이다. 그러나 특히 이 재난 씬에서, 일반적인 할리우드 재난 영화에 비해 카메라의 시점들이 현저히 제한되어 보여지고 있기 때문에, 본 상황이 인공적인 수족관을 만들어 놓고 촬영하고 있다는 것을, 눈썰미가 다소 있는 관람자는 어렵지 않게 간파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항공 부감 촬영을 하다가 줌-인해서 훑으며 들어가는 기법 등과 같은, 다각적인 카메라 기교가 불가능하다. 이는 물론 1차적으로는 제작 비용적인 한계이다. 이렇게 제작된 씬은 전반적으로 영화를 폐쇄적이고 파편적으로 만드는데, 본 영화는 각개의 씬들이 대부분 서로 개별적이고 단조로운 관점만을 추구하며 만들어져 있다.  
   

#5
한국인에게 익숙한 풍광인 부산 해운대에서, 피서 관광객이 패닉 상황에 처하여 대규모로 도망을 치는 모습을 한국인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또는 한국적인 대형의 개체물이 손괴되어 있는 장면 또한, 한국인이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쇼트들은 마치 스스로가 자기 과시를 하며, 한국인들에게 어서 이 장면을 감상하라고 권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볼 수 있다.



#1


#2


#3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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