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한잔을 권하는 새내기, 남상미

2007. 11. 14. 00:00영상_연예




남상미는 보통 17~20세 근처의 남성이 가장 선호하는 롯데리아 알바걸 판타지의 대모적 존재였다. 이 나이대의 젊은 남자, 즉 학생 또는 사회초년생으로서의 남성들은, 기업을 상징하는 유니폼 차림의 직업여성에 대한 무한한 존경과 흠모를 갖게 된다. 그것은 여성용 제복이라는 규정된 복장이 가져다주는 일종의 성적인 권위이자, 거시적으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대기업의 권위가 베이스로 깔려 있는 것이다. 기업의 메카니즘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에 속해있는 직원도 무작정 신비롭게 보일수 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 젊은 남자들이 일반적으로 적어도 5, 6년 손위인 누나뻘 되는 직업여성을 만날 기회가 적으며, 기회가 있다고 하더라도, 남성이 연하인 관계로 서로 상대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 그래서 순수한 이들의 눈에는, 자주 찾아가는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의 알바걸들이 눈에 확 들어오게 된다. 특히 롯데리아와 같은 패스트 푸드점은 그러한 알바걸의 판타지를 불러일으키는 여러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현금 출납기와 카운터가 있는 주문을 받는 알바걸의 카운터 공간과 함께 그 뒷 공간에는 요리사들이 열심히 햄버거를 만들고 닭을 튀기고 있는데, 그 한묶음이 직업적 장소을 표현하는 간단하고 적절한 샘플이 되고 있으며, 직장의 메카니즘으로 작동하고 있는 매우 바쁘고 정신없는 실황 중계라는 것이다. 치킨세트를 구매하러 온 고객이 유흥을 목적으로,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쉬러 온 입장이라면, 롯데리아 알바걸은 연약한 몸으로 매우 고된 노동자로서. 그 직장공간속에 한나절을 꿋꿋이 서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젊은 남자들은 이쁘장한 기업의 제복을 입고, 땀을 흘리며 자신의 일에 종사하는 직장여성에게, 주문을 하는 그 순간 흠모와 존경과 사모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며, 그러한 순수한 짝사랑은 단지 연애의 감정이 아닌, 직업여성 이미지의 권위의 굴복을 동반한다. 역시 많은 통속 연애소설, 만화책, CF류에서 수도 없이 많이 다루어진 패스트푸드 알바걸의 에피소드는, 남상미의 공중파 등장으로 본격적으로 기존 페이퍼류에서 탈출하여, 새로운 알바걸 신화를 정립한다.

그런데 롯데리아 알바걸이 하나의 직장인이지만, 역시 사회초년병 새내기임은 분명하다. 그녀는 이제 롯데리아 걸 이미지에서 벗어나기를 바라지만, 사실상 아직까지도 그 이미지의 본질은 달라진것이 없다. 남상미는 기존의 알바걸 이미지에 사회초년병 새내기 이미지를 적절히 결합시켜, 대표적으로 [강력3반]이나 [달콤한 스파이]등의 어리버리풋풋 새내기경찰의 캐릭터를 만들어 낸다. 또 그러한 연속선상에서, 다른 형식의 새내기 이미지를 무의식적으로 주입시키고 있는 것이 또한 요즈음 광고되는 진로 소주걸이다. 이 광고에서 남상미는 과장님이하 부장님, 차장님, 대리님과 같은 뭇 선배남성들에게 둘러싸여, 직장 새내기로서 가수로 변신하여 소주병을 마이크 삼아, 춤과 노래로 좌중을 므흣하고 즐겁게 하는데, 문제는 실제 현실에서 이런 이벤트가 일어나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 남상미와 같은 화사하게 차려입은 앳된 미인이 한 직장에 새내기로 들어와 술집 회식자리에서 매우 떳떳하고 기분좋은 표정으로, 여러 사람을 이렇게 완벽하게 즐겁게 해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또한 확대해본다면, 남상미의 적극적이고 시원스러운 행동은, 우리 사회에서 지금까지 전통적으로 행해져 오고있는 직장여성의 성 상품화를 적당히 용인하는 제스처로 보일수 있다. 그것은 남상미가 가수와 같은 엔터테이너가 아닌, 직장에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직장인의 입장이기 때문에, 회식자리에서 굳이 선배 남성들에게 둘러싸여 반드시 멋진 공연을 보여줄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장면은 직장내부,직장동료간 회식자리에서의 인권의 문제를 제기시킬수도 있다. 직장에 갓 들어온 새내기 직원이라면 당연히 무조건적으로 노래 한곡을 뽑아야 하며, 남상미처럼 꺼리낌없이 웃으며 즐거워하는 것이, 바람직한 여성 신입직원의 이미지라고 하는 왜곡된 성 관념을 남성들에게 고착시킬 수 있다.

직장 내 회식을 배경으로 광고는 연출되었지만, 냉정하게 바라보면 남상미는 직장인 새내기가 아닌, 대학생 새내기로서의 이미지로 그 광고에 보여진다. 실제로 저런 에피소드는 현실상에서는 대학가 선후배 상견례에서 많이 볼수 있는 이벤트로, 이처럼 직장 내에서의 공연은 논란이 될수 있으나, 대학가 선후배사이에서의 회식 공연은 그 개념이 다르게 파악되어야 할 것이다. 이미 청춘을 잃어버린 늙수그레한 복학생의 유일한 희망이 있다면, 새로 들어온 학번 새내기중에 삼삼하고 이쁘장한 여학생이 없는가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는 일이 될것이다. 남상미와 같은 어리버리 풋풋한 새내기에게 노래 한곡을 억지로 시켜보고, 그 어설프고 정제되지 못한 공연을 므흣한 시선으로 즐기면서, 늙은 복학생들은 개인적으로 열심히 어리버리풋풋 새내기의 판타지에 빠져든다. 복학생의 새내기 판타지가 매우 강한 이 광고는 결국 직장내 회식 술문화와, 대학생 소주방 문화 사이에서 확답을 하지 않고 애매하게 양다리를 걸쳐놓고 있다. 또한 엄밀하게는 직장인보다는 대학생 새내기 이미지가 너무 강한 남상미가 직장내 회식의 공간에 혈혈단신 뛰어들어, 대학생스러운 싱싱한 장면을 연출함으로서, 남상미의 연예인적인 여성성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부각됨으로, 직장내 회식자리에서의 즐거운 소주한잔의 메세지가 오히려 자칫 전달되기 어려울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광고는 비현실을 동반하지만, '소주'라는 서민적인 아이템은 튀는 비현실을 동반하기에는 조금 위험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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