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걸스_Tell Me 비평

2010. 10. 20. 23:46영상_연예


Tell Me 분열된 B급요소의 감각덩어리



대박이다. 인트로부터 심장이 두근거리는 박진감과 엄청난 전율이 쏟아진다. 얼굴이며 등줄기며 바늘이 돋아난 듯이 촉감의 전율이 솟아오른다. 마치 뫼비우스 띠의 구조를 가진 듯한, 몽환적이면서도 영속적인, 이 놀라운 박진영 음악의 세계는 디스코풍 스타일의 음악이 지닐 수 밖에 없는 휘발성이라는 절대적인 한계를 극복하여, 음악이라는 비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청자의 귀를 놀랍게도 물리적으로 꽉 붙잡아 놓고, 청자의 의식을 또다시 달콤하게 지배해 나간다. 이것은 유쾌한 최면의 상태이다. 음악의 가사를 보라. 자꾸만 듣고 싶어 어서 내게 말해줘~ 다시한번 말해봐~ 방금한건 알지만 또한번. 계속 말해줘 들어도 들어도 듣고싶어. 놀랍게도 무형의 존재인 음악 자신이 스스로 자신을 또 들어 달라고, 또 말해 달라고, 듣고 있는 청자에게, 동시에 음악 자신에게, 반복적으로 요구한다. 이러한 텔미 음악의 음악 스스로의 자체 평가와 자기 위로 행위는 무서울 정도의 흡인력과 반복력을 가진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낯선 소녀들의 가볍게 흐느적거리는 목소리와 코믹스러운 뿅!뿅! 사운드가 계속하여 청자의 귓전을 때리고 의식 전체를 감싸고 맴돌아가면서, 첨단의 대중 문화와 사회 현실의 극단적인 자극으로 인하여 만성적인 신경쇠약 또는 무 감각증에 걸려있던 한국 대중의 정신을 정화시킨다. 이 때의 이 정화 과정은 일시적인, 순간적인, 즉 단 한번의 필터링이 아니라, 마치 웅진코웨이 정수기 직원의 친절한 A/S 방문 서비스처럼, 매회마다 교환된 새 필터를 통해 연속적으로 반복 작동되는 화학적인 메카니즘을 지닌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텔미는 청자의 청신경를, 그리고 대뇌 중추를 지배하면서도 두뇌 아래로 내려가 그들의 가슴을 울리지 않으며, 푸근한 감동의 여운을 제공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음악은 청자의 머리 하나만을 계속 세뇌하는 것으로 동물적으로, 무조건 반사적으로 청자의 입을 통해 텔미를 복창하게 한다. 귀를 통해 입력된 텔미 텔미 사운드는 다시 각개의 입을 통해 똑같은 사운드가 다시 출력되는데, 바로 이 끝없고 단조로운 입.출력의 반복은 이전의 어떤 대중 음악보다도 중독적인 반응 체계를 구축하였다.

본 음악 체계에는 A급'감성''감각', B급'감성'이 완연히 쇠퇴하고 단지 B급'감각'만이 살아 남았다. 현 시대, 무한히 폭발하고 있는 정보의 홍수 속을 헤엄쳐 살아가는 데 있어 이제 대중은 아래로 내려가야만 하는 감성까지 느낄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졌으며, 기존의 접해왔던 감각 그 자체에 대한 새로운 의미부여 또는 새로운 '감각'의 부가, 삭제, 접합, 재 창출 등을 통하여, 감각 그 자체로서의 정신 문화 패러다임 덩어리을 형성하고 발전시키려 하는, 거국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말았다. 분명히 이것은 갓 태어난 핏덩어리의 걸음마이며, 초기 단계이다. 감성 문화는, 감성 마켓팅은, 감성 이미지는, 감성 사고는,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 포퓰리즘, 민족주의, 휴머니즘, 가족주의 등의 마음의 울림과 떨림과 포근함은, 여전히 각개 대중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원이다. 그러나 감성의 현저한 쇠퇴 현상을 목도하고 있는, 감각이 인류를 더욱 거세게 지배해 나가는, 어쩔수 없는 포스트모던의 현실에서, 어떻게 올바른 감각 문화를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하여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감각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휘발성과 표피성, 순간성, 그리고 그것에 따른 비 인간성은, 분명히 미래 사회에 대한 공포로 다가온다. 텔미는 철저하게 감각적인 음악이면서도, 휘발하지 않도록 뚜껑을 닫았으며, 순간적이지 않도록 반복의 체계를 구축해내었다. 그것이 텔미의 새로운 미덕이며, 생산적인 가치이다. 텔미 역시 몇몇 부분에서는 기존 감각의 약점과 한계를 드러내고 있지만, 그래도 이 감각성은 기존과는 달리 무엇인가가 부가되고 접합된, 새롭고 창조적인 무엇이다. 이제 그렇다면 미래에, 감성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감각만의 문화형은 과연 존재할 수 있을 것인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지각있는, 깨어있는 생산자가 원더걸스의 텔미와 같은 절대 감각만을 가지고 문화적 행위를 지속하고 발전시켜 낼수 있을까? 감각은 감각 그 자체로서 끊임없이 세포분열을 통해 자기증식하며 진화해 나갈수 있나? 이제 우리는 텔미 음악의 열풍을 목격하며, 이런 의문에 대하여 담론하여야 할 때가 왔다.   

B급의 문화는 무엇인가? B급을 지향한다라는 것은 무엇인가? 단적으로 말해서, 그것이 어떤 원류에서 흘러나온 어떤 가치이든 간에, 그 가치에 대하여 '최고best'와 '완성completion'을 지향하지 않는 것이다. '최고''완성'과 완연히 배치되어 보이는, 어설픔과 설익음, 독특함과 기괴함, 가벼움과 싸구려, 부정확성과 비결정성, 100점이 아닌 70,80점이 'B급'이라는 어휘를 형용한다. 최고와 완성의 단계가 아닌 바로 한 두 단계 아래에서 기거하면서 문화를 향유하고, 그 단계의 영속을 추구하며, 원칙적으로 탈출을 꾀하지 않는, 비정상적이고 편집적인 행위이다. B급은 기존의 A급이 전체적으로 변형되거나, 또는 깨지거나 부분적으로 돌출되거나, 함몰되거나 할 때 상처나 종기의 개념으로서 비로소 떨어져 나가서, 그 부분만의 독자적인 문화형을 어둠속에서, 수면밑에서 외롭게 생성시켜 나간다. 약간 다르게 설명한다면, B급은 반드시 산모인 A급이 낳아야만 출산되며, 자연 발생적으로 새로운 종種으로서의 생명을 가지고 탄생될 수는 없다. B급의 정신은 A급을 항상 비판하는 동시에 그리워하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 A급의 위계를 넘보지 않으며, 진입하지 않으며, 찬탈하려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A급으로의 회귀 또는 주류에 대한 전복적인 쿠테타는 곧 B급이 비주류의 본질을 잃고 최고의 단계에 거하거나, 올라와 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태생적으로 B급은 A급이 낳은 사생아이며. A급이 사망하면 B급의 생존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B급은 원칙적으로는 반윤리적 범죄 행동을 도모할수는 없게 되어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A와 B는 미숙아로 태어나서 집을 떠난 탕아와 그 아들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어머니의, 오랜 세월이 흘러도 다시 화해하기 어려워 보이는, 그야말로 눈물 없이 볼수 없는 신파적 모자母子의 관계인 것이다.

이제 2007년 하반기에 도달하여, 한국 대중음악은 5인조 여성 댄스그룹 원더걸스를 대중 앞에 내놓았다. 기계적으로 해석할 때, 2007년의 원더걸스는 2000년 전후 등장했던 최고 인기 여성 아이돌그룹, 즉 SES, 핑클, 베이비복스와 같은 여가수들에 대한 어떤 업그레이드 버전, 또는 향수와 같은 그리움의 정서가 반영되었다고 판단할 수도 있는데, 이러한 해석은 상당히 신중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원더걸스가 생물학적으로는 나이어린 아이돌 그룹의 이미지로서 실재함은 부정할수 없는 진리이기는 하나, SES, 핑클, 베이비복스가 대중 앞으로 태생되어 나오게 된 근본적인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한다면, 우리는 대단히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해 낼 수가 있게 된다. 여기서 한번 그녀들을 곱씹어 보자. 유진-슈-바다, 이효리-옥주현-이진-성유리, 이희진-김이지-간미연-심은진-윤은혜. 이름만 들어도 각종 이쁘장한 얼굴 형상들이 하나하나 머릿속에 또렷이 떠오른다. 이름들의 조합만 들어도 우리는 이제 그녀들의 캐릭터 이미지들이 조합과 그 어우러짐을 회상하고 느껴볼수 있다. 왜 그런 것인가? 처음부터 이들 그룹은 이렇게 그 당시 대중의 첨단의 입맛에 가장 잘 맞추어져서 제작된, 최신시설 완비의 온실에서 양육된, 소위 A급의 조립 연예상품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더 이상 완벽할수 없는 주류의 대중문화 상품으로서, 반드시 A급의 팀 칼라, 미모, 댄스, 가창력만을 대중에게 보여주어야 하며, 그러한 능력을 가지지 못한 멤버는 그룹의 이미지로서 최대한 교묘하게 희석시키는 방식으로, 아이돌 여가수들를 바라보는 대중이 비-현실적인 프린세스 판타지에서 쉽게 깨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이들 그룹 탄생의 근본적인 목표이다. 이제 현재의 원더걸스를 한번 쳐다보자. 원더걸스는 이렇듯 출생부터가 완전히 다른 곳에서 낳아져, 마당의 잡초처럼 길러져서 나타난 것이다. 원더걸스는 과거 한국의 전통적인 A급의 여성 아이돌 그룹들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기 보다는, 오히려 대립각과 비틀림, 그리고 전복성을 더 강하게 뿜어내고 있다. 이것이 바로 A급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그리워하는 B급의 비주류 정신이다.

과거 20세기에 걸쳐서, 국가와 세대를 넘나들며 원색 키치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었던, 만화-TV 드라마-영화 속 원더우먼의 복장과 그녀의 초능력이 2007년 원더걸스의 뮤직비디오에 의하여 다시 부활하였으며, 1980년대 디스코풍의 음과 댄스, 그리고 멤버들 각각 과도하게 포인트를 주어 치장된 악세사리와 서로 어울리지 않는 색상들로 조립되어 있는, 낡고 키치적인 의상 역시 다분히 과거로 퇴행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A급의 행위란 과거를 절대적으로 무가치한 시간으로 여기고, 현재 시간의 첨단성 만을 절대적으로 존중하며, 오직 미래 시간으로의 전진만을 추구하는 행위로서, 이러한 복고의 행위 자체가 A급과는 근본적인 관점 자체가 180도 틀어져 있는 B급의 관점에서만 파생될수 있는 행위이다. 또한 A급 여가수가 일반적으로 갖추어야 할, 기존의 보편성을 띈 예쁜 외모와 적정한 가창력이 그녀들에게는 쥐어져 있지 않다. 그녀들은 이른바 SES, 핑클, 베이비복스와 같은 전통적인 여성 그룹이 보여 주었던, 공주병에 걸린 듯한 소위 '이쁜척' 판타지가 강하지 않으며, 형편없는 노래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무대 공연시에 항상 라이브를 고집하여, 관객에게 여러차례 삑사리까지 선사한다. 멤버들간 조합으로서 전체적으로 어울리는 이미지라는 부분도 상당히 부실해 보인다. 5명 각개의 멤버들이 전부 따로 놀고 있으며, 그 5개의 이미지가 전혀 합체되지 못하고 분열된 상태를 보인다.

왜 대중은 원더걸스에 열광하는 것일까. 그것은 대중이 이제부터 드디어 A급을 거부하고 B급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인가? 기존 가수 공연시의 A급의 외모, 가창력, 복장을 무너뜨린 B급의 감각을 앞으로 따르고 존중하겠다고 하는 본격적인 민중 혁명의 태동인가? 필자는 앞서 언급했듯이 B급 아들이 A급 어머니를 전복시키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일어날 수 없다고 하였으며, 마찬가지로 원더걸스라는 B급의 가수가 현재 전국적인 화제라는 A급적인 정점에 서 있고, 가요계 순위를 평정하는 이른바 A급의 성공 신화를 만들어 낸다 하여도, 역시 B급은 B급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더욱 A급으로 규정되고 인정되어 그렇게 보이게 된다 할지라도, 그것은 허상에 불과하다. 원더걸스 스스로가 A학점을 그다지 원치 않을 것이며, 아마 그녀들은 앞으로 의도적으로 거부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원더걸스를 '공중파 대중가요계'라는, 심정적으로 A급을 지향하는 공간이라는 구속적인 틀에서 벗겨내야 한다. 솔직히 말해서, 대중의 엄청난 인기 열풍에 비하여 볼 때, 상대적으로 원더걸스가 제대로 강력하게 보여주는 메리트가 사실 조금은 약하다. 엄밀하게는, 대중은 현재 그룹 여가수의 공연을 감상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녀들의 음악과 노래가 중요한 것이 아니며, 나이나 외모나 복장도 중요하지 않다. 소희, 유빈, 선예, 예은, 선미가 누구인지 얼굴을 하나하나 외우고 다닐 필요도 없고, 이상하게도 잘 외워지지도 않는다. 분명히 다른 차원에의 욕망과 갈증을 해소하려는, 무언가 해괴한, 잡힐듯 잡힐듯 알 수 없는 이끌림이다. 이것은 대뇌에 잠재된 대중의 B급 의식에 대한 문화적 부름call 이다. 대중은 A급 의식을 일단 한켠으로 밀어두어 놓고, 그동안 의식속에 깊이 잠재되어 있던 B급 의식을 2007년 후반에 나타난, 원더걸스라는 B급 감각의 분열된 영상 이미지 요소와 같이 호흡하면서 꺼내어 놓는 중이다. 이것이 현대 사회, 즉 A급 첨단의 경쟁사회 흐름에 쫓아가기 버거워져, 점점 지쳐만 가는 대중의 일시적인 숨 고르기이며, 인생 체념적 자기 위로 행위인 것이다.

우리는 최근 이러한 B급 요소가 영상물에 눈에 띄게 많이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05년부터 방영된 예능<무한도전>의 유재석을 비롯한 멤버 6명은, 대한민국 평균 이하를 스스로 자처하면서 날것의 B급 정서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들은 무식과 무능력, 그리고 오버액트로 완벽하게 무장되어 있으며, 이러한 B급의 요소들은 최고 인기의 A급 연예인들을 게스트로 초대하면서 극단의 문화 충돌을 일으킨다. A급 인기스타에게 B급 무한도전 멤버들은 철저히 패배하며 노리개감이 되어준다. 바로 그 이질성에서 오는 낯설음과 기형적 쾌감이 무한도전의 흥행 요인이다. 2007년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서, B급의 사회자와 패널이, 원칙적으로 고귀하게 보호 받아야만 하는 A급 연예인을 모시고 그 스타의 면전에서 대놓고 까발리고 까대는 것으로 일탈적, 가학적 쾌감을 제공하는, 현재 한국 방송에서 가장 진보적인 쇼프로이다. 기존 토크쇼의 원칙과 공식은 상당부분 허물어져 있으며, 무릎팍, 건도사, 올밴의 차림새부터 언행이며 성격이며 할 것 없이 분명히 뭔가 정상인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왜 통념적으로 잘 눈에 띄지 않을 것 같은 올밴-우승민의 복장에 눈길이 자주 가며, 뜬금없는 그의 유머에 귀를 기울이는가? 그것이 바로 대중이 전체를 정확히 바라보지 않고 부분에 치우쳐져 있는, 편향적인 B급 시각에 길들여져 가고 있다는 증거다. 예컨대 여기 일정한 가치를 가진 한 덩어리가 있다고 하자. 이 덩어리를 이루는 요소가 A,B,C,D,E가 있을 때, 과거 모던한 시대에는 덩어리를 평가하는 데 있어 A+B+C+D+E 라는 덧셈의 과정 이후의 결과치를 통해 평가하거나 A,B,C,D,E의 각개적인 요소를 하나하나 낱낱이 절대 평가하여 나열해 놓는 것으로 그 하나의 덩어리를 평가한 셈으로 쳐왔다. 포스트 모던의 시대인 현재에서는 반드시 기존의 방식만을 따르지 않는다. 이 시대는 전통적인 모던의 방식을 인정하는 기반 위에서, A+B+C만 더한 결과치로도 전체의 평가가 가능하고 C+D로도 가능하며, 그냥 E 하나만을 추출하여 평가해도 하나를 이루는 전체의 덩어리가 평가되는 것으로 본다. 2006년 메이저한 블록버스터이면서도 B급 요소가 부분 첨가되어 있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에서도, 대중은 부자연스럽고 서로 어울리지 않는 가족 캐릭터간의 조합을 무의식중에 묘하게 즐겼으며, 2007년 심형래 감독의 문제작 <디-워>에서는, 여기저기 뭉개져버린 서사를 적당히 흘려 보다가, 이무기 CG의 거대한 영상만을 부분 추출하여 보면서 놀라워하고 서로 더불어 열광하는, 편향적인 시각을 역시 드러내었다.

또한 2006년 일본의 애니메이션<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은 10대 여중고생에게 가히 혁명에 가까운 신 문화를 창출하게 했다. 뭔가 좀 어울리지 않는 듯하면서도 묘하게 시선을 빨아들이는 하루히, 유키, 미쿠루, 세 교복 소녀의 조합과 함께 두 명의 남자 백댄서가 교실 칠판을 배경으로 펼치는 무대공연은, 그대로 한국의 10대의 모방 심리를 파고 들어가 각개 교실에서, MT, 수학 여행에서, 또한 노래방에서, 다시 복제 재공연되었다. SOS단의 칠판앞 무대공연과 닮아 있는 실제 모방행위는, 사회 문화의 중추로서의 기성 계층이 아닌, 이를테면 비주류 계층에 머물러 있을수 밖에 없는 10대 청소년들의 자유와 저항의 몸짓이었다. 우리는 1년후 다시 이러한 B급의 몸짓을 표방한 원더걸스의 댄스동작이, 주요 향유 계층인 10대 청소년뿐만 아니라 이제는 성인인 대학생, 군인, 경찰, 아저씨 할 것 없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어 모방 충동과 모방 행위를 일으키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다. 그러나 이 변화된 현상은 다만 인기와 계층의 확산이며, 시선과 관점의 다양함일 뿐이다. B급의 분열된 요소는 이미 상당부분 각계각층 남녀노소 대중의 의식에 잠재되어 왔다. 앞으로 대중은 분명히 A급을 지향하며, 주류를 추구해 나갈 것이지만, 현재의 원더걸스 신드롬처럼 더욱 자주 길고 깊고 강하게, 잠재된 B급 요소를 끄집어내어 자기 자신을 스스로 위로해 나갈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원더걸스의 텔미를 한낱 인기 가수의 대중 가요로 치부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다. 원더걸스는 작금의 사회 현실에서 대중이 어떻게 분열된 B급의 이미지를 인식하고 소비하며 재생산하는지를 보여주는 최적의 사례로서, 최근의 문화적 흐름에서 모종의 어떤 중대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그 기능은 현재 분명히 효과적이다. 한국 대중의 위로감과 일체감은 더이상 올라갈 수 없을 정도로 극대화되었고, 이는 당연히 대중을 소비자로 상대하는 연예산업의 근본 목적이기도 하다.

앞으로 원더걸스 이후, 이미 표피성과 휘발성, 순간성으로 규정되어 있던 감각은 재평가되고 재해석되어 나갈 것이다. 텔미 음악이 감성을 배제한 감각만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새로운 문화형의 가능성까지 엿보이듯이, 원더걸스 그룹의 비주얼 이미지도 완전히 감성을 배제했다. 다만 곡 프로듀싱과 멤버간 댄스동작의 일치성은 A급 감각의 지향이지만, 즉 다시 말해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최고와 완성을 따랐지만, 전형적인 80년대 스타일의 음악과 복장, 제멋대로 튀어나가는 외모, 캐릭터간 조합의 갈기갈기 분열된 이미지 등등 대부분의 조건은 A급의 감각과는 동떨어져 있으며, 다소 떨어지는 B급의 감각만을 무미건조하게 종용한다. 원더걸스 신드롬이 대중의 정신을 아무리 중독시킨다 하여도, 이 중독 증세가 A급 문화의 구조적인 붕괴 조짐까지는 아니지만, 현재 원더걸스가 이룩한 B급 문화형은 이미 일정한 경계를 넘어서 버린 것만은 확실하며,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2007년 이 순간 A급인 어머니와 B급 아들은 이제 서로 화해하고 상호 교류를 본격적으로 꾀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는 것인가? 첨단의 주류와 각개적인 비주류는 현실적으로 서로 공존이 가능한가? 아니면 이제는 주류와 비주류의 구분 자체가 의미가 없어졌나? B급이 만들어낸 가치 요소의 분열, 그 분열에 의한 감각의 가치있는 새로운 덩어리, 이 덩어리는 다시금 새로운 감각의 생산을 독자적으로 해낼수 있을 것인가? 그렇게 해서 재생산된 감각의 덩어리는, 여전히 B급에서 활동하며 대중에게 기능할 뿐일까. 그렇지 않으면 전혀 예상치 못하게, 혹여나 연산군 같은 패륜의 감각덩어리가 되어, 미래의 A급 체계나 단계나 구조를 혼란과 위험에 빠뜨리지나 않을까. 다섯명의 소녀 원더걸스는 바로 이러한 의문과 가능성과 우려를 남기면서, 지금 한국의 모든 남녀노소 대중과 함께 텔미와 어머나를 외치면서 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과거 글을 옮겨넣음) 2007.10.25._예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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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소희의 뜬금없는 정지 동작은 대중이 의무적으로 따라해야만 하는 일종의 셀프 캡처 행위이다. 역동적인 이미지만을 대외적으로 보여주며 살아가야만 했던 한국인에게 정이 부족해져 가고 있다. 여기에서의 정은 정情emotion이 아니라 정靜static이다. 즉 동動dynamic에 너무 찌들고 익숙해져 정靜static을 잃어버리고 살게 되어버린 것이다. 한국 대중의 인생 흐름에 정의 요소가 지점 지점마다 삽입되어야 함을 알려주는 소희의 귀중한 알람 신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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