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걸스_So Hot 단평

2010. 10. 20. 23:47영상_연예

So Hot


뭔가 기묘했던 음악...기묘하여 새로웠던 음악 <텔미>에 의해 대중에게 던져진, '절대적 감각으로만 뭉쳐진 덩어리', 그 덩어리는 과연 그 자체로서 독자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대한 답변을, 박진영은 명쾌하게 끌어내고 있었다. 그랬다! 이 곡 역시 지독히도 감각적이기만한 음악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야말로 절대적으로 순수하게. <텔미>의 속편 답게, 음악이 귀에 한 번만 쏟아져 들어오면 머릿속 의식의 그 표피 껍데기에서만 빙글빙글 맴돌며 도무지 빠져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제목<so hot>답게, 체온의 점층적 상승효과가 후렴부의 멜로디 라인으로 구현되었는데, 이 온도의 상승은 이성과 접촉했을 때에 - 여기에서의 접촉은 반드시 촉각이라는 것이 아니라, 시각, 청각, 후각적인 접촉까지도 포함한다 - 인체가 생리학적으로 반응하는 성적 흥분 과정을 그래프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초기의 침잠은 어둡고 깊었으나, 서서히 떠올라 피를 역류시키며 힘차게 끓어오르고, 급기야 온몸이 박동하고 꿈틀대다 절정에 다다르자, 원더걸스의 두 팔을 번쩍 들고 휘 휘 흔드는 자세, 바로 그 hot! hot!과 함께 후끈 후끈 타오르며 정화catharsis된다.

거기에, 10대인 여성 멤버에게 호피 무늬의 의상을 입혀 인간을 교묘하게 동물화, 즉 육화시켜 놓았다. 이렇듯 은근히 '성인 쇼걸'급의 공중파 등장이 그다지 퇴폐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각개의 멤버들이 취하는 각종의 귀엽고 발랄하며 깜찍한 제스춰들, 그 복장과 행동의 불일치, 그 모순에 의한 상쇄감 또는 중화감이 결정적이었다. 이 아슬아슬한 섹슈얼리티 경계에서의 줄타기 노력은, 오히려 호피무늬를 통해 원더걸스의 야생성, 역동성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도출해 냈다. 또한 무엇보다도 근본적으로는, <텔미>라는 전편 흥행작을 기 관람한 대중 관객에게, 그 후속 음악 작품을 일종의 '범국민문화상품'으로 관람해야만 한다는, 진지하고도 의무적인 태도가 골고루 섞이며 잘 다져져 심리적인 거부 반응을 억눌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이 음악의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나 다분히 노골적인 선정주의sensationalism는 역시 대중의 빠른 흥분만큼이나 빠른 피로를 동시에 몰아 와, <소핫>은 결국 대중의 영속적인 추억의 음악으로서 뇌리 매김하기에는, 거부반응 증상이 자꾸만 재발하는 음악으로 남게 되었다. 2009.05.15._예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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